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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길, 100년 넘은 성당… 근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 한국일보
작성자 뷰티투어 등록일 2020-01-17 조회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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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 대구 근대문화골목 시작점인 동산 선교사 주택 주변은 쌀쌀한 겨울바람에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골목은 근대골목투어 2코스다.
청라는 푸른 담쟁이를 말한다. 100여년 전 이곳에 푸른 담쟁이가 가득해 청라언덕으로 불렀다. 대구 지역 의료 선교사들이 심은 담쟁이 언덕에는 당시 선교사들이 살았던 서양식 주택 3채가 남아 있다. 집 이름도 선교사들의 이름을 따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으로 지었다.
대구시 유명문화재 24호로 지정된 스윗지 주택은 1999년부터 선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챔니스 주택은 드라마 ‘각시탈’에서 박기웅(기무라 슌지 역)의 자취집, 드라마 ‘사랑비’에서 윤아(김윤희 역)가 입원했던 장소로 눈에 익숙하다. 2002년 보수작업을 거친 이곳은 의료박물관으로 탈바꿈해 1890년대~1900년대 사용된 의료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블레어 주택은 동산에 세워진 최초의 선교사 주택으로, 당시 미국 주택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2001년 근대 교육 발전사를 살펴 볼 수 있는 교육역사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고, 2003년엔 3층에 3‧1운동 전시관이 들어섰다.
청라언덕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불러 봤을 ‘동무생각’ 노랫말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대구가 낳은 근대음악의 선구자 박태준 선생이 계성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 로맨스를 담은 곡으로, 시인 이은상 선생이 박 선생의 연애사를 듣고 쓴 시에 다시 곡을 붙인 가곡이다.
김명자(57ㆍ대구 수성구)씨는 “부산에서 놀러온 친구들과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까지 함께 느낄 근대골목이 좋을 것 같아 왔다”며 “친구들이 대구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몰랐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발길 닿는 모든 곳이 근대 역사 현장
대구 근대골목투어는 경상감영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봉산문화길, 남산100년향수길 등 5개 코스로 운영된다. 그 중 2코스 근대문화골목은 대구 근대사를 보여주는 역사문화 코스로,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관광객도 가장 많이 찾는다.
청라언덕 동산선교사주택을 시작으로 3ㆍ1 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ㆍ서상돈 고택~약령시~진골목~화교소학교를 경유하는 1.64㎞ 코스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시작점인 청라언덕에서 코스를 따라 걷는 게 일반적이다.
청라언덕 동무생각 노래비를 따라 시내 방면으로 내려가면 3ㆍ1 만세운동길이 펼쳐진다. 계성학교, 신명학교, 성서학당, 대구고보 학생들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3ㆍ1운동 집결지인 큰장터로 가기 위해 지나 다녔던 솔밭길이다. 계단 옆 벽면을 따라 1900년대 초 대구 사진과 3ㆍ1운동 당시 모습들이 전시돼 있다.
최재수(35ㆍ울산 남구)씨는 “총 90계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시절 이 길을 다니던 학생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한 계단 한 계단 걸어봤다”며 “3ㆍ1운동 장면을 보며 걸을 수 있어 그 시절의 아픔을 잠시나마 느껴볼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3ㆍ1 만세운동길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100년 넘는 역사에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계산성당을 만날 수 있다. 1899년 로베르 신부에 의해 한옥으로 지어졌지만, 1901년 화재로 불타면서 이듬해 포와넬 신부가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다. 경상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이곳은 아름다운 설계와 전통 덕에 사적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당과 인연이 깊은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계산성당과 계산문화원 사이 등나무 벤치에 있는 감나무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후까지 활동한 대구 출신의 천재화가 이인성의 작품 ‘계산동성당’ 속에 계산성당과 함께 등장해 이인성 나무로 불리고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저항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회복을 꿈꾼 민족운동가 서상돈 고택을 만나볼 수 있다. 이상화 고택은 개발로 허물어질 뻔 했지만 시민들의 도움으로 철거를 면했다. 맞은 편에는 구한말의 장사꾼이자 청렴한 선비, 교육가로 산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있다. 만석꾼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로 소박한 집이다. 청빈한 삶을 짐작할 만 하다.
이어 조선시대 효종9년(1658년)부터 이어온 전국 3대 한약재 전문시장인 ‘대구약령시’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기원한 ‘진골목’, 80년이 넘었지만 보존상태가 좋아 근대건축물 등록문화재 제252호인 ‘대구화교협회(소학교)’를 차례대로 둘러보면 어느새 근대 시간여행이 마무리된다.
김정자(56) 중구골목문화해설사는 “골목골목 숨겨진 콘텐츠들을 원하는 대로 골라 걸으며 보는 매력에 서울 부산 울산 전주 등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느는 추세”라며 “2020년 대구ㆍ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관광객이 더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